


"어제 술을 좀 과하게 마셨는데, 명치가 아프더니 통증이 등 뒤까지 뚫고 나가는 것 같아요"
"몸을 웅크려야 그나마 살 것 같아요"



검사를 마치고, 응급실을 지나가는 길 배를 부여잡고 식은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환자분, 응급실 선생님들은 위경련인가 싶어 위장약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숨도 쉬기 힘들다면?, 급성 췌장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췌장은 우리 몸 깊숙이, 위장 뒤쪽에 숨어있는 장기입니다, 평소에는 소화 효소를 내뿜어 음식을 녹이고,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아주 착한 일꾼 인 셈이죠, 하지만 이 녀석이 한번 화가 나면 나 자신을 녹여버리는 무시무시한 상태로 돌변합니다, 오늘 임상병리사 미소가 췌장염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만성 췌장염과의 차이를 확실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췌장은 왜 화가 났을까? (자가 소화의 공포)
췌장염의 원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가 소화(Auto-digestion)입니다.

췌장은 단백질과 지방을 녹이는 아주 강력한 소화 효소(췌장액)를 만듭니다, 정상적이라면 이 효소는 안전장치가 걸려 있다가, 십이지장(소장)으로 넘어가서 음식물을 만나야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술이나 담석 때문에 췌장액이 나가는 길이 막히거나, 췌장 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안전장치가 췌장 안에서 풀려버립니다, 강력한 소화 효소가 음식물이 아닌, 췌장 그 자체와 주변 장기를 녹이기 시작합니다, 생살이 녹아내리니 그 통증이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2. 급성 or 만성, 무엇이 다를까요?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 질환은 예후가 완전히 다릅니다.

①급성 췌장염 (Acute Pancreatitis)
- 상태 : 췌장이 일시적으로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긴 상태, 치료하면 췌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가역적)
- 주원인 : 남성의 경우 주로 과도한 음주로 술 마신 다음 날 발생, 여성의 경우 주로 담석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요, 담낭에서 생긴 돌이 굴러 떨어져 췌장관을 막은경우죠.
- 증상 : 명치에서 시작해 등으로 뻗치는 극심한 통증으로, 누우면 더 아프고,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면 좀 덜 아픔, 배 아픈 줄 알고 구토를 하더라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음.
②만성 췌장염 (Chronic Pancreatitis)
- 상태 : 급성 췌장염이 반복되면서 췌장이 딱딱하게 굳고(섬유화), 쪼그라들어 기능을 영원히 상실한 상태(비가역적, 췌장암의 위험성이 있는 상태)
- 주원인 : 장기간의 음주, 매일 술을 드시는 분들의 췌장은 돌처럼 굳어갑니다.
- 증상 : 오히려 통증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췌장이 다 타버려 아플 세포도 없는 상태죠, 소화 효소가 나오질 않아 지방 분해가 안되며, 변이 물에 둥둥 뜨고 기름기가 흐르며 냄새가 지독합니다, 인슐린 만드는 세포가 파괴되어 갑자기 당뇨가 생길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3. 병원에서는 어떻게 알까? - 혈액검사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가시면 피를 뽑아 두 가지 수치를 확인합니다.
- 아밀라아제 (Amylase) : 탄수화물 분해 효소
- 리파아제 (Lipase) : 지방 분해 효소

◈ 급성 췌장염
- 이 두 가지 검사의 수치가 정상 범위의 3배 이상 폭등, 췌장 세포가 터지면서 혈액 속으로 효소가 콸콸 쏟아져 나오기 때문인 거죠.
◈ 만성 췌장염
- 놀랍게도 수치가 정상 또는 오히려 낮을 수 있습니다, 효소를 만들 췌장 세포들이 이미 다 죽어, 수치를 올릴 힘조차 없기 때문인 거죠, 그래서 만성은 피검사보다는 CT 또는 초음파로 췌장의 석회화를 보고 진단하는 겁니다.
4. 최고의 치료법은 굶기 (금식의 미학)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으면 의사 선생님이 물도 마시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환자분들은 배가 아파 죽겠는데 밥도 안 줘서 서러우시겠지만, 이게 유일하고도 최고의 치료법입니다.


입으로 물이나 음식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오면? 췌장은 "어? 음식이 들어왔네? 소화 효소 만들어야지!" 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염증이 더 심해지고 췌장은 계속 녹아내립니다, 췌장이 아무 일도 안 하고 푹 쉴 수 있도록 철저하게 금식하고, 대신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해야 췌장붓기가 빠집니다.(보통 3일에서 길어질경우 7일 정도 금식합니다.)
5. 예방과 관리 (딱 2가지만 기억)
한 번이라도 췌장염을 앓았다면, 당신의 췌장은 이미 유리 멘탈 입니다.

- 금주(무조건) : 급성 췌장염 환자가 퇴원 후 다시 술을 마시는 건 이건 췌장을 포기하겠다는 각서와 같습니다, 재발률이 매우 높고, 결국은 만성 췌장염에서 췌장암까지도 갈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 기름진 음식 피하기 : 튀김, 삼겹살 같은 고지방 식사는 췌장을 과로하게 만듭니다, 담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채소 위주의 담백한 식단을 습관하 하시길 바랍니다.
미소의 한마디
오늘은 우리 몸의 숨은 일꾼, 췌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술 마시고 배 아픈 건 위장이 안 좋아서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췌장을 돌처럼 굳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등까지 뚫고 나가는 통증이나, 변기 물을 내려도 둥둥 뜨는 기름진 변을 보신다면? 췌장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술자리, 내 췌장을 위해 술잔을 잠시 내려놓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부드럽고 건강한 췌장을 응원하는 임상병리사 미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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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나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입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